게으른 보헤미안 소문내진 말아줘

프롤로그가 길어도 너무 길다 싶겠지만 내 발렌시아 생활의 시작은 그리 호락호락하게 흘러가지 않았다.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니깐. 스페인에 가서 "Hola~" 다음으로 많이 듣는 말이 "Vale" 다. 올라~ 는 나도 하겠는데 대체 "발레"는 무슨 말이냐.스페인어를 아는 친구한테 다들 발레발레 거리는데 대체 뭐냐 물었더니 OK, 알았다, 접수~ (아재력 500+) 뭐 이런 뜻이랬다. 난 정말 발레를 쓰고 싶었다. 알아듣질 못하니 쓰질 못하니 오기가 생겼고 일단 마트에서 장을 보며 식자재들을 파악했다. 그러던 와중에 난 아직 내가 잠을 잘 수 있는 집도 없구나. 라는 생각에 얼른 집을 알아보러 나섰다. 영어를 하는 복덕방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수상했지만 학교에서 추천하는 회사이기에 (..

스페인에서의 첫 티비시청에서 충격적이었던 것은.... 바로 도.라.에.몽. 도라에몽이 스페인어를 한다.....진구도 스페인어를 한다....퉁퉁이마저 스페인어를 한다.. 나만 병신 멍청이 같은 기분이다. 이녀석들 맨날 놀러만 다니더니 스페인어 원어민 수준이야..영상 찍어뒀는데 못 찾겠다.. 스페인에는 더빙 방송이 굉장히 많다. 자막보다 더빙이다.수어사이드 스쿼드(Suicide Squad)가 나왔을 때 더빙 밖에 없어서 못 봤던 기억이 난다. 심지어 마션은 더빙으로 봤는데 안들리던 스페인어가 갑자기 들리면서 완전 노잼.. 감자 날렸을 때 노잼+한심함에서 나오는 분노...! - 기타는 아직 어딘가 헤매고 있겠지만 나는 집도 없도 뭐 아무것도 없는 부랑자의 몸이다. 이틀밤 잘 수 있는 호텔 방이 있었고 나는 그..

여름이 끝나는 것이 아쉬울만큼 화창하고 선선했던 2015년 8월 25일, 내 최애 밴드 AC/DC 공연을 직접 경험하고 (눈물이 나옴..) 나는 파리공항을 거쳐 스페인 발렌시아에 도착했다. 내가 열네살 때였나. 스페인에 대한 나의 환상과 로망은 요리사를 꿈꾸던 내 소심하면서도 진심 어렸던 마음과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상상했다. 그렇게 12년이 지나 나는 스페인에서 1년간 음악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그때의 나는, 꿈꾸던 신혼생활을 살아가는 신혼부부처럼 설레임이 넘쳤고 두려움 따위도 없었다. 스페인어 한마디 못하는 내가 스페인으로 냉큼 기어들어가는 걸 보면 얼마다 당돌했는지.. - 내 이름은 칼리, 나는 기타리스트다. 제법 대단하고 존나 멋있고 그럴싸해보이는 말이지만 (실제로 그렇다) "기타..